본문 바로가기
읽기

[책] 나의 눈부신 친구 - 엘레나 페란테 | 우정이 곧 삶이였던 두 여자의 이야기 | 여성 서사 소설책 추천 | 뉴욕 타임즈 21세기 100권의 책 1위 | 나폴리 4부작

by lofromis 2024. 9. 10.
반응형

1. 책 소개

 『나의 눈부신 친구』는 전 세계를 홀린 '나폴리 4부작'의 제 1권으로 이탈리아 나폴리 폐허를 살아가는 두 여자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다. 

 

우정을 다룬 이야기는 진부하다.
그러나 60여 년에 걸친 두 여인의 일생을 다룬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아름답지만 냉혹하고 그들의 삶은 맹렬하다.
감정선은 강렬하고 인물들은 욕망과 분노에 차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지만 소설에는 뜨거운 마그마가 들어 있는 광활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페란테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단도직입적이다.
두 주인공도 회귀하지 않는다. 모순으로 가득한 감정 속에서 주인공은 앞만 보고 나간다.
그들은 순차적으로 인생의 페이지를 넘기며 나아갈 뿐이다.

굶주린 듯 다음 페이지를 서둘러 넘기고 싶은 이야기.
그러나 결코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이야기.
바로 『나의 눈부신 친구』다.

- 출판사 서평 中 -

 

 

2. 작가 소개 - 은둔을 선택한 얼굴 없는 작가 , 자신의 진실한 삶을 담다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는 이탈리아 출신의 작가로, 나폴리 4부작을 비롯한 여러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그녀의 진정한 정체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페란테는 1992년 첫 소설 버려진 사랑을 출간하면서 데뷔했지만, 자신의 사생활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인터뷰나 미디어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오직 작품으로만 독자들과 소통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페란테는 이와 같은 익명성이 작가로서의 자유를 보장해 준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작품이 독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그녀는 몇 차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개인적 정보가 독서 경험에 불필요한 요소라고 언급하며, 책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페란테의 익명성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면서도, 그녀의 작품에 대한 순수한 관심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페란테의 글쓰기는 여성의 삶과 내면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가 특징이며, 나폴리 4부작을 통해 여성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 우정, 사랑, 고통 등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책 자체가 어떤 가치를 충족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나는 어떠한 토론이나 컨퍼런스 초천에더 
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상을 받게 되더라도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탈리아 또는 해외에서 
나의 책을 프로모션하기 위해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서면으로만 인터뷰에 응할 것이며
이것도 아주 필요한 상황으로 제한할 것입니다.
책은 한번 출간되고 나면
그 후부터 저자는 필요 없다고 믿습니다.
만약 책에 대해 무언가 할 말이 남아 있다면
저자가 독자를 찾아나서야겠지만
남아 있지 않다면
굳이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 엘레나 페란테 -

 

 

 

3. 책이 그려낸 나폴리와 이탈리아

나폴리 4부작은 이탈리아의 역사적 변화 속에서 나폴리라는 도시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나폴리는 이탈리아 내에서도 독특한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차지하는 도시이다.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지만, 동시에 이탈리아 내에서 가장 가난하고 범죄율이 높은 도시 중 하나로 묘사된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회적, 경제적 제약 속에서 자주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며, 이는 소설 속 주인공들이 경험하는 불안정한 삶과 얽히며 이야기의 중요한 배경을 이룬다.

 

이 시리즈는 1950년대 이탈리아의 경제적 재건 시기부터 1970년대의 정치적 혼란, 그리고 21세기 초반까지 이탈리아 사회가 겪은 변화들을 반영한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제 부흥과 함께 나타난 사회적 불평등, 여성의 권리와 역할 변화, 정치적 분열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지며, 이러한 배경 속에서 나폴리 주민들이 겪는 삶의 고통과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주인공들이 속한 사회적 계층과 그들이 겪는 현실은 나폴리라는 도시의 특성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나폴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과 선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상징적 공간으로 작용한다.

 

4. 인상 깊은 구절

📎 내가 그 무엇으로도 릴라를 멈추게 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도 그녀의 불복종이 숨을 멈추게 할 정도의 경이로운 결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바로 그날의 경험을 통해서였다. 

 

📎 그런데 정작 그녀가 없에 없으니,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나는 릴라가 했을 법한 결정을 내렸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마음을 그녀에게 내준 것이다. 

 

📎 릴라는 왜 항상 내가 해야 할 일을 나보다 빨리, 나보다 더 잘하는 걸까. 내가 따라가면 도망가면서 정작 자신은 언제나 내 뒤를 쫓아와 나보다 앞서나가려 하는 걸까. 

 

📎 그들은 이전에 일어난 일들은 모두 과거일뿐이니 조용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모든 것을 그냥 덮어두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직도 과거의 일에 영향을 받고 있었고 우리까지 그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일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 유난한 그리움의 대상은 릴라였다. 내 편지에 답장 한 통 없는 릴라. 내가 없는 동안 릴라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나는 두려웠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것은 오래전부터 가슴에 품어온, 살면서 단 한순간도 사라지지 않은 두려움이었다. 나는 릴라의 삶의 일부분을 놓침으로써 내 삶의 밀도와 중요성까지도 희석될 것 같아 두려웠다. 

 

📎 나는 내 비극적인 열정에 스스로 감동했고 감동은 눈물의 자양분이 되었다. 

 

📎 나는 그 어떤 형태의 틀도 릴라를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머지않아 그녀가 모든 것을 또다시 파괴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아니, 릴라가 그렇게 하길 바랐다. 

 

📎 선생님은 자신이 선생님으로서 릴라를 보호하고 잘 성장할 수 있게 돌보아주지 못했기 때문에 릴라가 가지고 있던 그 무엇인가가 망가져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선생님의 회환의 감정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는 선생님이 가르친 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로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져서 돌아왔다.

 

📎 "넌 아니야.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

 

 

5. 감상평

나폴리 4부작의 첫 번째 책 『나의 눈부신 친구』는 1950년대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엘레나와 릴라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를 그린다. 엘레나는 성실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만, 항상 영리하고 반항적인 릴라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릴라는 뛰어난 지적 능력과 반항적인 성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엘레나는 그런 릴라를 동경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한다. 두 소녀는 각자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데, 릴라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유한 남자와 결혼을 선택하고, 엘레나는 학업을 이어가며 학문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 한다.

 

엘레나와 릴라의 우정은 사랑, 경쟁, 질투, 동경이 얽힌 복잡한 관계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릴라의 반항적인 성격은 때로는 너무 극단적이라고 느껴지면서도, 어느 순간 나 자신 안에도 그러한 면이 있음을 깨닫게 해,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다가온다. 소설에는 작은 동네를 중심으로 다양한 집안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처음에는 낯선 이름들 때문에 혼란스러웠지만, 이야기에 몰입되면서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느낀 감정의 소용돌이는, 엘레나와 릴라의 관계가 단순한 우정을 넘어서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를 찢어놓기도 하며, 상처와 사랑을 주고받는 복잡하고 흥미로운 관계를 이어간다. 그들의 삶이 얽히고 변화하는 과정은 독자를 점점 더 몰입하게 만든다.

 

나와는 전혀 다른 환경과 시대에 살았던 두 소녀의 이야기가 이렇게 깊이 와닿는 이유는, 나 역시 누군가에게 두 소녀처럼 강렬하고 깊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