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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단 한 사람 - 최진영 | 삶과 죽음 | 삶의 의미에 대해 | 소설 책 추천

by lofromis 2024.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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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이 책은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크고 오래 사는 생물, 수천 년 무성한 나무의 생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나무와 인간 사이 ‘수명 중개인’의 이야기다.


열여섯 살 목화는 꿈을 빌려서 그러나 현실처럼 생생한 순간들을 목격한다. 투신과 살해, 사고사와 자연사 등 무작위한 죽음의 장면. 동시에 한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구하면 살아. 나무의 알 수 없는 소환은 이어지고 일상은 흔들린다. 수많은 죽음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을 살려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 일은 대를 이어온 과업. 할머니인 임천자는 이를 기적이라 했고, 엄마인 장미수는 악마라고 했다. 이제 목화는 선택해야 한다.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 신에게는 뜻이 있는가? 사람은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신념과 사랑 없이 인간은 살 수 있을까?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묵직한 주제와 더불어 문명과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임은 물론, ‘수명 중개’라는 판타지적 요소까지 더해 읽는 재미가 배가된다. 최진영 소설 세계의 전환점이 될 《단 한 사람》은 작가가 3년 전 착안해 지난 1년간의 집필 끝에 출간하는 전작 소설이자 여덟 번째 장편이다. _출판사 책 소개 중

 

 

2. 줄거리

두 어린 나무가 씨앗에서 자라 천재지변을 이겨내고 장엄한 숲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인간이 등장하며 나무들은 차례로 쓰러지고, 한 나무는 사람에게 파괴당한 후 그 자리에서 누군가를 파괴한다. 장미수와 신복일은 그 숲에서 일화, 월화, 금화, 쌍둥이 남매 목화와 목수를 낳는다. 어느 날, 금화와 쌍둥이는 그 숲으로 향하고, 나무가 쓰러져 금화는 실종된다. 가족들은 죄책감 속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며 금화의 부재에 시달린다.

 

세월이 흘러 목화가 열여섯이 되던 봄, 그는 기이한 장면들을 목격하고 신비한 목소리를 듣는다. 그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목화는 사람을 구하고, 이 일이 꿈이 아님을 깨닫는다. 목화는 다시 소환되며,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나무’의 존재를 느낀다. 그는 나무의 힘을 통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해내는 ‘중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구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쓰기 시작한다.

 

목화의 엄마, 장미수는 과거에 많은 죽음을 경험하며 좌절했지만, 할머니 임천자는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목화는 자신이 살린 사람들을 찾아가며,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한다. 그 과정을 통해 그는 타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 판단하는 것을 멈추고, 마음을 다해 축복을 전하기 시작한다.

 

목화는 임천자의 죽음을 계기로 단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의 깊은 의미를 깨닫고, 인간으로서의 존재와 삶의 소중함을 자각한다. 나무나 신도 아닌, 오직 인간만이 삶의 순간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목화는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간다.

 

 

3. 인상 깊은 구절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 그중 단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는 일. 그보다 더한 지옥이 있을까?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숨. 그는 거기 있었다. 목화가 끝까지 지켜봤다.

 

사람의 탄생이란, 어쩌면, 뿌리째 뽑히는 것. 사랑의 시작 또한, 어쩌면, 뿌리째 뽑히는 것

 

영원한 건 오늘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어떤 사랑은 끝난 뒤에야 사랑이 아니었음을 안다. 어떤 사랑은 끝이 없어서 사랑이란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떤 사랑은 너무 멀리 있어 끝이 없다. 어떤 사랑은 너무 가까이 있어 시작이 없다.

 

오직 사람만이 다른 생명을 위해 기도한다. 신을 필요로 한다. 기적을 바란다. 먼저 떠난 존재가 너무 그리워 죽음 이후를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목화는 그들의 마지막을 기억했으며 그와 같은 죽음을 원했다. 그러므로 남김없이 슬퍼할 것이다. 마음껏 그리워할 것이다. 사소한 기쁨을 누릴 것이다. 후회 없이 사랑할 것이다. 그것은 목화가 원하는 삶.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나무처럼 삶과 죽음 또한 나눌 수 없었다.

 

임천자는 그 밤 내내 생각했다. 젊은 시절 자기가 살리던 단 한 명들처럼 자기 또한 누군가의 단 한 명이었을 가능성에 대하여. 그렇게 살아났기에 사람을 살리는 일을 맡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날이 밝았고, 임천자는 무사히 산에서 내려왔다.

 

4. 읽고 나서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을 인상 깊게 읽었던 나는, 단 한 사람이라는 제목을 보고 연인 간의 사랑 이야기일 것이라 추측했다. 그러나 이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물론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사랑은 단순한 연인 간의 사랑을 넘어, 삶과 생에 대한 깊은 탐구와 그것을 향한 아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담고 있다고 느꼈다.

 

주인공 목화는 금화의 실종으로 인해 깊은 죄책감과 고통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과 능력에 눈을 뜨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의 ‘사람을 구하는 능력’에 대해 혼란스러워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능력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일을 수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단순히 사람을 구하는 '중개인' 이상의 존재로 성장하며, 타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목화의 성장은 단순히 능력을 수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그 능력이 지닌 무게와 의미를 깨달으며, 처음의 혼란에서 벗어나 점차 사람들의 삶과 일상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삶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목화의 성장과 더불어 나 또한 삶의 의미와 인간으로서의 책임, 그리고 존재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에 대해 진심으로 축복을 보내는 일임을 깨달았다.

 

내가 '단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나 또한 누군가에게 '단 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더욱 감명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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