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150만 독자가 사랑한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작가가 이번에는 《탕비실》로 독자들을 찾았다. 여러 직장에서 ‘탕비실 빌런’으로 꼽힌 사람들을 한데 모은 7일간의 리얼리티 쇼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쇼의 재미는 물론 인간 심리를 깊이 있게 분석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작가는 일상 속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출연자들의 행동과 심경 변화로 생생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공감, 재미와 기묘한 불쾌함 등 다양한 감정을 선사한다.
7일간의 합숙 리얼리티 쇼 ‘탕비실’. 여기에 섭외된 이들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함께 탕비실을 쓰기 싫은 사람’으로 뽑혔다. 정작 이들은 자신이 빌런으로 뽑힌 것이 의아한 상황. 하지만, 평소 자신이 동료들을 위해 베풀었던 친절과 배려가 더없이 불쾌하고 오싹한 소름으로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들 앞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자, 이제 리얼리티 쇼 ‘탕비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_ 출판사 책 소개
2. 등장인물 및 줄거리
등장인물
👤 얼음 : 공용 얼음 틀에 콜라 얼음, 커피 얼음 얼려놓는 남자. 작품의 주인공으로 첫 촬영 장소에서 자신의 캐스팅 이유를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는다. 처음에는 내키지 않아하다가 점점 '빌런'을 찾는 이 게임에 빠져들며 여러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 커피믹스 : 탕비실의 커피믹스를 잔뜩 가져가는 여자. 이전에 이PD의 다큐멘터리에 등장했던 인물로 당시 논란이 되었던 방송 속 모습과 동일한 모습을 보여준다. 신경질적인 면이 있어 쉽게 짜증을 낸다.
👤 텀블러 : 공용 싱크대에 안 씻은 텀블러 20개 늘어놓는 자칭 환경 운동가. 남성 참가자로 태연하게 거짓말을 일삼는다. 자신만만하고 거만한 태도로 일관하며 합숙 내내 얼음을 견제한다. 쇼 시작부터 케이크에게 관심을 보이며 붙어다닌다.
👤 케이크 : 공용 냉장고에 케이크 박스를 가득 넣어두고 집에 가져가지 않는 여자. 은근한 거짓말로 남들을 속이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러나 작품 후반 그녀의 실제 모습이 드러나며 소소한 반전을 제공한다.
👤 혼잣말 : 탕비실에서 중얼중얼 혼잣말 하는 남성 참가자. 탕비실 같이 쓰기 싫은 사람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수더분한 남자라고 묘사된다. 눈치가 없고 은근히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과 행동을 많이 한다.
👤 이일권 PD : 리얼리티쇼 ‘탕비실’을 연출하는 PD.
줄거리
직장 동료들로부터 '같이 탕비실 쓰기 싫은 사람'으로 뽑혀 캐스팅 된 인물들이 7일간 합숙하며 리얼리티쇼 '탕비실'을 촬영한다. 참가자들은 회사 사무실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에서 일종의 마피아 게임을 하며 제작진이 심어 놓은 가짜 빌런인 '술래'를 찾아내는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규칙을 어기는 행위를 하면 참가자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고, 최종적으로 술래를 찾아낸 사람이 게임의 우승자가 된다.
주인공 얼음은 자신의 캐스팅 이유를 알고 배신감 혹은 복수감을 느끼며 부끄러움에 하차하겠다는 생각도 잠시, 자진 하차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느니 게임에 생각해서 자신이 뽑힌 이유를 알아내기로 결심한다.
3. 인상 깊은 구절
📎 제일 먼저 회사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고작 얼음 틀에 콜라나 커피 얼음을 얼렸다는 이유로 이런 방송에 날 추천하면서 재밌었을까? 내가 알게 되었을 때 나와 껄끄러워질 걸 전혀 염두에 두지도 않았던 걸까?
📎 PD는 어떤 생각으로 우리를 여기 데려다 놓았을까? 무엇을 담고 싶어서? 나는 그의 말들을 곱씹어보기 위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 나는 살면서 싫어하는 사람을 더 알아보려고 한 적이 없었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쉽지만 정말로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건 어렵다. 나는 이 게임이 단순히 탕비실에서 열리는 진상 콘테스트가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 "감점을 너무 크게 당하면 가산점은 있으나 마나한 거에요."
📎 상대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서 당신을 관찰하고 있음
📎 “생각하는 게 텀블러 안에 몇 날 며칠 고여있는 알 수 없는 액체 같더라니까요. 고여서 썩어가는데 뚜껑만 꽉 닫아놓은 것처럼요. 자기 생각을 바꿀 마음도 없고 남의 말을 듣지도 않아요.”
📎 “그 사람이 조금 특이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어요. 그리고 행동에 특별히 악의가 없다는 것도요. 그저 혼자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데는 조금 서툰 거라고 이해해줬죠. 그런 사람은 어디에나 있잖아요? 그래서 더 여러 번 참았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그런 사람이야말로 나만 나쁜 사람을 만들면서 서서히 서서히 내 신경을 곤두세워요. 이건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 내 얼굴엔 순간순간 느꼈던 감정이 분명하게 서려 있었지만, 그건 편집자의 관심 밖에 있었고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시선에서는 사소한 배경으로 뭉뚱그려질 뿐이었다. 나는 내 마음의 무게가 드러나지 않음에 감사하면서도, 그간 봐왔던 수많은 방송들 속에서 나는 과연 보려고 마음먹은 것을 본 건지, 누군가 보여주려고 마음먹은 것을 덥석 건네받았을 뿐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 좋든 싫든 이유를 알면 좋으련만, 영문을 모른 채 싫은 사람으로 낙인찍힌 주인공은 줄곧 '내가 왜 싫은지'를 생각한다. 그만한 지옥이 없다.
4. 읽고 나서
이미예 작가의 이전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 덕분에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에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집안일을 하면서 가볍게 들어보았다. 주인공의 심리를 쭉 따라가며 듣는 내내 흥미로웠다. 빌런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변에서 한 번쯤 마주칠 법한 캐릭터들이어서 몰입하기 쉬웠고, 주인공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다양한 인물들이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줄거리가 마피아의 술래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보니, 누가 술래일까 추측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내용 곳곳에 예상과는 다른 반전 요소가 있었는데, 이러한 감정이 나만의 선입견과 기준에 의한 것인지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매우 인간적인 장소인 탕비실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이야기를 잘 담아낸 재미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