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파리는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진 도시, 그곳에서 "당신 집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라는 편지를 남기는 한 괴짜 예술가가 있다. 그는 아시아인 최초로 프랑스에서 폴 메이몽 상을 수상한 천재 건축가 백희성이다. 8년간 자료 조사와 집필 끝에 그의 첫 장편소설 『빛이 이끄는 곳으로』가 탄생했다.
백희성은 파리의 저택 주인들에게 답장을 받아 초대받은 자리에서, 그들이 집에 얽힌 추억을 들었다. 그 이야기들은 소설의 중요한 글감이 되었으며, 건축가로서 경험하지 못한 '진짜 집의 이야기'가 사람들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건축과 아버지의 사랑을 주제로, 지적 호기심과 따뜻한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아버지가 남긴 메시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슬픔과 상실 속에서도 우리를 지탱해주는 '기억의 힘'을 되새기게 한다.
내 어린 시절, 제주도 집의 고샅길을 기억해 주는 건축가 백희성이
기둥을 세우고 벽을 틔워 마침내 새로운 이야기의 집을 지었다.
막혔다 열렸다 반복하는 추억 속 골목길처럼,
오래전 기억으로 나를 일으켜 주는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마음을 사로잡는 뜨거운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오고야 만다.
_ 고두심 (배우)
2. 등장인물
👤 뤼미에르: 평범한 직장인 건축가로 살아가던 중, 한 저택에 담긴 추억과 비밀을 마주하며 건축의 진정한 의미와 공간의 깊이를 깨닫게 된다.
👤 피터 왈처: 시테 섬 저택의 주인으로, 병으로 인해 스위스 요양 병원에 머물고 있다. 병원과 저택에 담긴 아버지의 비밀을 찾으려 하며, 공간 속 감정과 사연을 알아가면서 내적 변화를 겪는다.
👤 크리스 부인: 스위스 요양 병원 '4월 15일의 비밀'의 원장. 피터의 서신과 의중을 뤼미에르에게 전달하는 비밀스러운 인물.
👤 프랑스와 왈처: 피터의 아버지이자 사랑을 담아 건축을 했던 건축가. 생전에는 아들에게 전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를 자신의 건축물인 저택과 요양 병원에 남겼다.
👤 아나톨 가르니아: 프랑스와가 사랑했던 여인. 삶의 고난을 겪으며 많은 아픔을 가진 그녀는, 프랑스와를 통해 치유되었고 그의 모든 건축물에 영감을 주었다.
3. 줄거리
어느 날 아침 부동산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파리의 건축가 뤼미에르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의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시테 섬의 유서 깊은 저택이 헐값에 나와 찾아간 곳에서, 자신이 건축가이기 때문에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몸이 편치 않은 집 주인을 만나러 스위스의 요양병원으로 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간 그는 부서진 중세 수도원을 개축해 지은 독특한 병원 건물의 매력에 빠져든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감상할 새도 없이, 기이하고 환상적인 일들이 낙뢰를 치듯 순식간에 벌어진다. 그가 방문한 날에 약속이라도 한 듯 건물에 압도적인 빛의 유영이 펼쳐지는 것을 시작으로, 건물에 감춰져 있던 비밀의 단서가 하나씩 뤼미에르의 손 안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집 주인이자 요양병원의 소유주인 노인 ‘피터’로부터 의문의 편지를 건네받은 뤼미에르는 건축가로서의 호기심에 못 이겨 편지가 가리키고 있는 건물의 비밀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게 된다. - 출판사 책 소개 중
4. 인상 깊은 구절
📎 모든 사람에게 수많은 사연이 있듯이 집도 저마다 사연이 있는 법이다. 그 사연을 듣고 보고 느끼고 싶다면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사이에 집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고 느끼게 해줄 것이다. 오래된 집은 그만큼 오랜 시간 누군가를 기다려 왔을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껴줄 사람을.... 때론 몇 십 년, 때론 수백 년을 그렇게 기다릴 것이다.
📎 빛기둥이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이 오래된 저택에 먼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먼지가 없었다면 빛기둥이 아니라 빛과 그림자뿐이었을 것이다. 먼지가 빛을 먹는 순간 빛의 비행을 하는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빛은 세상의 모든 것을 깨우는 존재였다.
📎 계단에 앉아 한참 동안 내려올 수 없었다. 그동안 내 믿음대로 작업해 왔던 건축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나의 직업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프랑스와에게 건축은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치료하는 약이었고 그녀의 기억을 지켜주는 안식처였다. 프랑스와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다. 자연의 모습으로 아나톨을 위로해주는 진정 아름다운 건축가였다.
📎 매번 누군가를 위해 저렴하게 빠르게 찍어내던 나의 건축에 영혼이 담겨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건축에 돈과 아이디어만을 담았던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와는 자신의 영혼을 담았다. 깊은 숨을 내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 멋진 액자를 가졌다고 그림의 주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림의 주인이 액자를 가져야죠. 그 그림은 당신과 부모님의 추억입니다. 제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돌아가서 그분과 함께했던 잊어버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찾으셔야죠.
📎 프랑스와가 제게 알려준 것이 있습니다. 건축가가 조금 부족한 공간을 만들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나머지를 추억과 사랑으로 채운다는 겁니다. 그때 비로소 건축이 완성됩니다. 당신의 부모님이 당신을 위해 그 부족함을 채웠습니다. 이제 피터 씨, 당신 차례입니다.
📎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역시나 프랑스와 왈처는 기술이나 기능적으로만 사물을 본 것이 아니라 그 사물에 영혼을 담는 방법을 알았던 사람이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마추어의 책상이라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프랑스와를 통해서 느낀 것은 불편하고 부족해 보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어쩌면 저마다의 깊은 사연을 담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5. 읽고 나서
건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건축가가 쓴 팩션'이라는 문구는 나에게 이 책을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주인공이 건축가라는 점도 매력적이었지만, 작가가 세계적인 건축가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책을 읽는 내내 곳곳에서 느껴지는 건축에 대한 철학과 사유의 문장들이 단순히 주인공의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팩션이라는 장르 덕분에 더욱 현실적으로 몰입할 수 있었고, 그만큼 독서의 재미도 배가되었다.
책 전반에 흐르는 ‘호기심’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테마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피터 왈처의 저택과 병원에 얽힌 비밀에 대한 그의 태도가 처음에는 양면적이라 의문스러웠지만,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며 그 의문이 모두 해소되는 과정에서 글의 구조가 매우 탄탄하다는 것을 느꼈다. '4월 15일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빛과 공간에 대한 문장들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소설의 마지막에 실린 작가 소개에서, 작가의 '기록노트' 한 대목은 이미 만족스러웠던 독서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8년간의 조사로 여러 집의 이야기를 한 권에 재구성해 많은 비밀을 담았다는 설명을 보고, 내가 읽었던 내용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사연과 깊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달았다. 챕터마다 등장했던 그림들에도 비밀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모든 비밀을 파헤쳐보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저 존재만으로도 묘한 설렘과 왠지 모를 기대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신비로운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사랑의 생애 - 이승우 | 한국 소설책 추천 | 어떤 생애는 짧고 어떤 생애는 길다 | 사랑이 대체 뭘까 (2) | 2024.09.25 |
---|---|
[책] 방금 떠나온 세계 - 김초엽 | SF 소설 추천 | 김초엽 작가 소설집 (3) | 2024.09.25 |
[책] 요람 행성 - 박해울 | SF 소설책 추천 | 영화화 확정 소설 | 김초엽 작가 추천 (2) | 2024.09.20 |
[책] 단 한 사람 - 최진영 | 삶과 죽음 | 삶의 의미에 대해 | 소설 책 추천 (1) | 2024.09.19 |
[책]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 따뜻한 구원의 서사 | 청소년 문학 고전 | 소설책 추천 (3) | 2024.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