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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 따뜻한 구원의 서사 | 청소년 문학 고전 | 소설책 추천

by lofromis 2024.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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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제 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출간된 이 책은 2009년 당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간 청소년소설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은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한 이 소설은 평단과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또한 학교 안으로 한정되었던 청소년문학의 주제를 확장해 이후 다양한 청소년 소설이 등장하는 초석이 되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 받고 있는 이 책이 가진 힘은 강렬하다. 

 

어떤 소설은 생물과 같아, 독자가 지향하는 바에 따라 변화합니다.
한편으로 어떤 소설은 화석과 같아,
고생대의 잔혹한 기후와 척박한 환경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하여 오래도록 꾸준히 사랑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화석과 생물의 중간노선을 타는 개정판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책을 펴내고 지켜 주신 출판사 분들께 송구한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문을 열어 놓을 수 있었던 힘은,
적지 않은 의구심과 부족함 속에서도 독자님들이 그침 없이 보내 주신 성원에 있습니다.
_ 개정판 작가의 말 중에서

 

 

2. 등장인물

👤 나 : 여동생을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집에서 도망쳐 나와 위저드 베이커리에 숨어든, 말을 더듬는 열여섯 살 소년.

👤 점장 : 파우더처럼 흰 얼굴에 꽁지 머리를 한, 위저드 베이커리의 제빵사. 위험한 소원을 이루어 주는 빵들을 만든다. 

👤 파랑새 : 낮에는 인간의 모습이지만 밤에는 파랑새로 변하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점원. 

 

 

3. 줄거리

이 책의 주인공은 10대 소년으로, 가족 내에 일어나는 일종의 폭력 속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는 누명을 쓰고 집을 나가 도망치듯 근처에 있는 마법적인 빵집, '위저드 베이커리'로 숨어든다. 이 빵집은 단순히 빵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마법을 빵과 함께 팔고, 마법의 힘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빵집의 주인인 마법사는 손님들의 소원을 이루어주지만, 그 대가로 무언가를 요구하는 거래를 한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일하면서 빵집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과 마주하게 되고, 동시에 자신의 내면적 갈등과 과거의 상처와도 맞서게 된다.

 

마법과 현실을 교묘히 엮어 낸 이 소설은 주인공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며 가족, 사회적 문제, 자유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4. 인상 깊은 구절

📎 사람은 자기가 애당초 가져 본 적이 없거나 너무 일찍 빼앗긴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품지 않는다.

 

📎 동화가 아무리 가공의 이야기라도 덮어놓고 허튼소리는 하지 않는다. 시대와 문물이 변한대도 사람의 속성에 그리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 이 또한 만났을 때부터 배 선생이 무언의 기선제압 의욕을 보여서 내가 마음을 열지 않은 것인지, 내가 처음부터 배 선생을 소 닭 보듯 하여 그녀의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런 눈치를 채거나 타인을 배려할 만한 나이가 아니었다. 

 

📎 이유를 안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일도 아니고, 필요 이상으로 입을 열지 않는 게 나의 최선이었으므로, 말은 점점 줄어들다 나를 떠나갈 수밖에 없었다. 

 

📎 처음부터 악의가 있다거나 나쁜 사람이 아닌건 알고 있었다. 때때로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고 무신경한 말로 상처를 줄 때도 있었으나, 문득 어느 순간은 이쪽에서 애써 부탁하지 않아도 돌아봐 주거나 이해해 주곤 했다. 

 

📎 아무런 목적도 의지도 없는 채로 우연히 거기 있었던 것들이 서로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그때부터 이유를 만들어 간다고 해.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들의 흩어짐이 대원리 또는 숙명을 이뤄. .... 이건 그의 생각일 뿐이고 너는 나름대로 네 사정에 맞게 생각해. 그는 우주의 소리를 듣지만 실은 우주에 대해 다 알진 못하니까.

 

📎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 이게 현실이든 꿈이든 상관없어. 나한테는 이미 당신 하나쯤 때려눕힐 만한 힘이 있어. 그렇지만 ... 지금부터는 내 의지로 당신을 불쌍하게 여기기로 했어. ... 당신은 이미 내가 그런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잖아. 내 목을 조를 시간에 무희를 괴롭힌 진범이나 찾아보는 게 현명할 거야.

 

📎 그러니까 꿈속에서 내가 본 일들은, 다른 누군가의 아픔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서 그것이 아주 점잖게 실체화되어 나를 상대적으로 덜 괴롭혔다는 얘기다. 자신의 아픔은 자신에게 있어서만 절댓값이다. 나는 그에게 민폐가 되었을 뿐일까. 몽마를 붙잡은 것은 그를 위해서가리보다는 사실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였을까. 잠에서 깨어난 그가 내 모습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들지는 생각지 않고, 단지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으로. 

 

📎 나는 서러움도 체념도 아닌 순수한 기쁨과 감격 때문에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 무엇보다도 사람의 감정은 어째서, 뜨거운 물에 닿은 소금처럼 녹아 사라질 수 없는 걸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치 통조림마도 못한 주제에. 그러다 문득 소금이란 다만 녹을 뿐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강제와 분리가 없다면 언제고 언제까지고 그 안에서.

 

📎 그러나 저주는 아버지 본인이 불러온 거고, 나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5. 읽고 나서

책 속에서 만난 문장들이 마치 나 자신의 경험을 비추는 거울 같다. 사람은 잃은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때 미련을 품지 않는다. 너무 일찍 빼앗겼거나, 한 번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애초에 기억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찰은 우리 삶의 불가피한 상실과 무관심을 설명하는 동시에, 우리는 애초에 무엇을 원했는지도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동화가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구절 또한 깊이 공감이 간다. 동화는 비록 환상 속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해도 사람의 근본적인 감정과 속성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고전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관계 속에서 느끼는 애매모호함에 관한 구절들—내가 처음부터 배 선생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가 나에게 어떤 감정을 품었는지—는 우리 모두가 겪는 복잡한 인간관계를 떠올리게 만든다. 상대방과의 첫인상이 어떻게 관계의 방향을 결정짓는지, 그리고 말로 표현되지 않은 미묘한 감정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상기시켜 준다.

 

‘이유를 안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일도 아니고...’라는 구절처럼, 우리는 때로 어떤 상황을 이유 없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대처할지를 스스로 찾아가야만 한다. 이유를 찾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유를 모르는 채로 맞이하는 관계나 사건들이 더 깊은 의미를 만들어낼 때가 많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들 속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이 항상 옳을 수는 없고, 잘못된 선택을 한다 해도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중요한 건 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고 감당하는 용기다. 삶의 여러 선택들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알 수 없지만, 그 모든 과정이 결국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다.

 

이 책을 쭉 읽다보면 주인공의 내면의 성장 과정에 깊게 빠져 나의 내면 또한 얼마의 성장을 이루게 되는 것 같다. 오래 사랑 받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하게 한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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