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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방금 떠나온 세계 - 김초엽 | SF 소설 추천 | 김초엽 작가 소설집

by lofromis 2024.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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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이어 2년 만에 출간되었던 두 번째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가 새로운 표지로 돌아왔다. “서로 겹칠 수 없는 세계들의 교차점”(특별판 ‘작가의 말’)을 실감 나게 그린 작품 일곱 편은 2년이 지난 지금도 독자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매만진다. 《방금 떠나온 세계》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물론, 중국·일본·대만 등 해외 판권이 수출되었으며 가장 현재적이고 아름다운 SF서사로서 독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태생적 결함을 지닌 복제 인간(〈최후의 라이오니〉), 시지각 이상증을 겪는 모그(〈마리의 춤〉), 세 번째 팔을 이식받고자 하는 트랜스휴먼(〈로라〉), 발성기관이 퇴화해 호흡으로 소통하는 지하인(〈숨그림자〉), 행성 벨라타에 거주하는 대신 심신이 망가져 일찍 죽는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벨라타인(〈오래된 협약〉), 작고 연약해 공동 지식 구역 ‘인지 공간’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브(〈인지 공간〉), 불의의 사고로 느린 시간대를 살아가는 언니(〈캐빈 방정식〉) 등의 인물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움벨트’를 경험할 기회를” 선사하는 SF의 미덕을 여실히 보여주며, “다른 존재에 대한 불완전하지만 무의미하지는 않은 이해로 우리를 이끈다.”(《사이보그가 되다》) 사랑하지만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하는 심정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는 김초엽의 소설 세계는 여전히 건재하다. _ 출판사 책 소개

 

 

2. 목차

  • 최후의 라이오니
  • 마리의 춤
  • 로라
  • 숨그림자
  • 오래된 협약
  • 인지 공간
  • 캐빈 방정식

 

3. 읽고 나서

📚 최후의 라이오니: 우주에는 두 종류의 멸망이 있다. 가치 있는 멸망과 가치 없는 멸망

단독 임무를 부여받아 행성 3420ED를 탐사하게 된 ‘나’와 기계들의 리더인 ‘셀’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 ‘나’는 ‘셀’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에게 있던 태생적 결함이 사실은 결함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는다.

 

✔️ 나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기계를, 그러나 여전히 나를 기억하는 기계를 마주 본다. 셀에게 들려주는 나의 거짓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셀, 미안해. 내가 너무 늦게 돌아왔지. 이제는 너를 떠나지 않을게.

 

✔️ 시간이 흐른 후에 나는 그 순간들은, 셀이 나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들을 다시 복기해본다. 셀은 정말로 내가 라이오니라고 믿었을까, 아니면 믿는 척했을까. 만약 셀이 사실은 내가 라이오니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 우리 사이에는 우스꽝스러운 이중의 연기가 존재했던 셈이다. 나는 셀이 나를 라이오니라고 믿으리라 생각하며 라이오니를 연기하고, 셀은 그런 내가 라이오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라이오니라고 믿는 척 연기하는, 덜그럭거리는 거짓말들이. 나는 셀이 나를 라이오니라고 믿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믿지 않기를 바랬다.

 

📚  마리의 춤: 빛은 얼마나 상대적인 것일까?

태어날 때부터 모그였던 ‘마리’와 모그 학생은 처음 가르쳐보는 ‘나’의 이상하고 은밀한 무용 수업 이야기. 시지각 이상증을 겪는 모그들은 춤을 추기는커녕 감상할 수도 없다고 말하는 ‘나’에게, ‘마리’는 모그도 춤을 출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이 세계에 맞추려고 노력한 건 우리 모그들이에요. 당신들이 아니고요.” 타지화되고 대상화된 존재인 ‘마리’의 말과 행동의 이유를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는 마리의 저항을 단순히 테러로만 볼 것인지, 아름다움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로라: 사랑과 이해는 같지 않다. 진은 그것에 동의할 수 없어 긴 취재를 시작했다.

세 번째 팔을 이식하고 싶어 하는 ‘로라’와 그런 ‘로라’를 이해하고 싶어서 긴 취재 여행을 떠나는 ‘진’의 이야기. 우리는 ‘로라’와 ‘진’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이해’는 같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우리를 기쁘게 하지만, 나 자신이 되는 일이야말로 인생 전체를 건 모험이라는 것도. 하지만 여전히 삶에는 사랑과 이해 모두 필요하다는 것도.

📚 숨그림자: 아니, 난 여기 속하지 않아.

발성기관이 퇴화하여 호흡으로 대화를 하는 숨그림자 사랑 ‘단희’와 부서진 우주선과 함께 얼음 밑에서 깨어난 원형 인류 ‘조안’의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소통, 사랑, 이별의 이야기.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단희’와 ‘조안’의 불완전한 대화를 통해 언어로는 결코 포착할 수 없고, 얼어로는 절대 옮길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 오래된 협약: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이 행성의 시간을 잠시 빌려 온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지요.

‘벨라타’ 행성의 사제인 ‘노아’가 ‘벨라타’를 탐사하고 떠난 지구인 ‘이정’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의 이야기. ‘노아’는 ‘이정’이 떠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오브’와 ‘벨라타인들’ 사이에 존재해온 ‘오래된 협약’에 대해 고백하낟. 소설은 금기시되고 기피되는 이상한 생물인 ‘오브’를 통해 과학지상주의로 가득한 지구인으로서는 결코 알아차릴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대안적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과는 다르게 더없이 긴 시간을 살아가는 ‘오브’의 모습에서 우리는 ‘공존’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 인지 공간: 가야 해요. 이브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에요.

‘인지 공간’의 관리자인 ‘나’와 작고 약한 몸으로 태어나 ‘인지 공간’에 들어갈 수 없었던 ‘이브’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이야기. ‘이브’의 죽음을 통해 ‘나’는 결국 인류의 모든 지식이 담겨 있다고 여겨지는 ‘인지 공간’을 떠나기로 한다. 그건 이브가 말하던 ‘우리의 기원’을 찾는 일이었고, ‘이브’를 기억해내는 일이기도 했다. 우리는 ‘이브’를 통해 ‘인지 공간’, 즉 완전하고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지금의 세계가 차마 다 담지 못하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기억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잊었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우리에게서 잊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 캐빈 방정식: 우리 우주는 수많은 주머니 우주를 가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다른 시간을 살아가게 된 자매, 언니 ‘현화’와 동생 ‘현지’의 이야기. 둘은 함께 관람차에 오른다. 현지는 관람차를 타러 가면서 다시는 동일해질 수 없는 언니와 자신의 시간에 이질감을 느낀다. 그러나 정상에 다다른 캐빈 안에서 ‘주머니 우주’를 발견하는 순간, 마침내 둘의 시간이 평행하다는걸 이해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 자매가 함께 관람차에 올라 ‘주머니 우주’를 목격하는 이야기는, 사랑과 이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의 개념을 확장케 하는 열쇠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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